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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웨이의 숲/듣고 느끼다

책 읽어주는 목소리

기차 안 주변의 불편한 공기를 감지했지만 감미롭고 나에게만 집중된 목소리 때문에 난 우리에게만 집중했다. 어릴 적 책 읽어주는 부모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목소리가 간질간질한 기분을 일으켰다. 나쁘지 않았다.

눈의 피로감,마음의 피로감이 겹쳐 몇 년간 책 읽기를 기피했다. 도저히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디오북을 선택했다. 다행이 최근에 한 소비중에 가장 바람직한 소비이지 않을까 싶다. 그들이 읽어주는 책을 듣고 있노라면 착한 아이가 된 느낌이다. 평화롭다... 평화롭다 못해 스르르 잠이 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디오북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장면이 떠 올랐다. 무릎에 누워서 조용하게 덜 풀린듯한 목상태의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솔직히 무슨책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거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었을 것이다. 주인공이 변화가 있었던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그 당시 책 내용보다는 따듯한 분위기에 취해 책 내용이 중요하지 않았다. 이젠 찰나의 한 장면으로 스쳐가고 그 때의 몰캉몰캉한 위로가 지금의 행복이 된다.
지금은 '죽고 싶지만 떡볶기는 먹고 싶어'를 듣고 있다.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 그녀가 나와 비슷한 듯하여 집중되는 구간이 많다. 자기 반성과 비하, 낮은 자존감, 이분법적 사고,연극성 인격장애와 같은 단어에서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