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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만나보다

오후의 산책

자유롭고 열린 마음의 홍차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티 파티 '오후의 산책'을 다녀왔다.

신사동 브리즈 홍차 까페에서 모임이 있었다.

친구의 권유로 운 좋게 20명 안밖의 정원의 모임을 참여하게 되었는데 좋은 사람들과 홍차, 그리고 재즈 음악과 유쾌한 대화들이 어우러져 살롱 문화 체험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항상 예술이 어우러진 생활 모임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홍차로 맺어진 인연은 첫눈에 소중한 모임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은 조심스럽게, 점점 진행을 할 수록 친근감이 넘치는 활력이 넘치는 모임이 되었고 홍차의 맛을 알아가면서 서로에 대한 교류와 소통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가고 있었다.

 

홍차 시음이 시작되고 별 의미없이 그냥 마시던 홍차에 대한 이름과 향과 맛을 익혀가며 시음하려 애썼다.

그 동안 무심했던 미각을 되살리며 차를 음미했다.

그 날 마셨던 차에 대한 간단한 시음평을 개인적으로 해 본다. 정말 주관적이고 사사로운 평이다.

#다즐링-잎차의 맛이 느껴지고 흔히 우리가 말하는 연한 홍차의 맛 같았다.

#피나콜라다-색부터 매혹적인 붉은 색이 마음을 먼저 사로잡고 이어서 달콤하고 살짝 시큼한 향이 코끝을 유혹한다.

맛은 생각했던 향과 또 다른 달콤함이, 칵테일 피나콜라다에 단맛을 뺀 홍차의 쌉살한 맛이 다시 재창조 된 느낌이 든다. 차가울수록 새콤한 맛이 강해지는 것 같다.

#스트로베리 크림-이름만보면 선명하고 예쁜 붉은색일 것 같지만 보통 홍차의 색이었다.

향은 딸기 카라멜을 연상 시키고 맛은 홍차맛에 딸기맛을 더한 것 같다.

생각보다 맛이 강한 편은 아니었으나 코끝으로 스치는 향과 맛은 아이가 딸기맛 사탕을 보는 듯한 기분 좋은 즐거움을 준다.

#블랙카페라떼-달달한 커피향에서 홍차향으로 바뀌는 이중적 매력을 가진 홍차이다.

맛은 이름 그대로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진한 홍차의 맛이었는데 향 커피라고 불리는 헤이즐럿을 처음 먹었을 때의 느낌의 홍차이다.

시음에서 사람들에게 의근히 반응이 좋았던 홍차였다.

 

오후의 산책 모임이 너무나 좋았던 것은 재즈 음악이 더해졌기 떄문일 것이다.

참석자들 가운데 음악을 전공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중간 미니 콘서트을 열어서 멋진 재즈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셔서 더욱 황송할 따름이었는데 연주가 너무 편안하고 감성적이라 마음에 쏙 들어버렸다.

다행이 시디 판매도 하셔서 친필로 싸인도 받았는데 계속 재즈기타리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해 주시길 기원한다.

 

계속적인 시음에 중간중간 모임을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각자의 소개와 질문 카드를 뽑아 대답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이었다.

잉여의 시간이 계속 되고 있을 때쯤이면 스스로에게 많이 해 보는 질문인데...역시 난 내가 찬란했다고 처음 생각했던 2003년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 때 이후로 아직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물론 느낌만 그 시절이고 마음은 몸과 함께 성숙해 가고 있다.

마음이 성숙되어가고 있는 기분은 평온함이 있어 나쁘지 않다.  

그래서 사실 현재 나의 상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임이 즐거움은 나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보다.

대부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유쾌한 웃음이 오고 가고 다음 시간(2차)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모임에서 또 다른 모임을 만들었다.

우연히 배정된 자리가  앞, 옆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4명의 여자들이 전부 경상도 출신이었던 것이다.

우리끼리는 어쩜 서울말을 그렇게 잘하세요라고 정말 개그같은 말들이 오고 갔다.

지역색을 띄는 것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더욱 친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외로운 서울살이 해 가는 처지끼리 '서울 투어'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다지기로 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난 '더불어 가는 세상' 이라는 급훈 아래 꿈 꾸며 나의 역량을 넓혀갔다.

학급 내에서도 도움이 되는 친구였고 인정을 받는 친구였다. 그런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던 한 때가 있었다. 어릴적 추억이지만 지금도 난 '더블어 가는 세상'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요즘 난 '소통'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 입으로 잘 끄집어 낸다. 

오후의 산책이란 모임에는 소통을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넘쳐나고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졌다.

사람들이 있어서 즐겁고 그 사람들과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대화하는 일은 정말 행복하다. 여기에 예술이 가미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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