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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웨이의 숲/보고 느끼다

(연극)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


*공연리뷰의 강일중 객원기자 

황혼기에 접어든 여성들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혜숙은 6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독립적이다. 노인이라는 말도 듣기 싫어한다. 친구들을 향해 혜숙은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늙어 보여? 하긴 어쩌다 지하철을 타면 애들이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그런다. 그럴 땐 애들이 미워 죽겠어."
이들 친구간의 대화에 남녀관계나 성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으로 나오는 것도 지금까지의 실버연극과는 차이를 보인다. 재분은 전직 국어 교사이자 시인인 김한식과의 밀회에서 오는 환희를 친구들에게 전하면서 "나이는 섹스와 상관 없어. 섹스는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거든"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한다. 그 뒤는 "그런데 이 남자는 다른 거야. 더듬는 손길 하나, 입 맞추는 숨결조차도 부드러운 거야. 상대를 배려해주고 혹시 상처 날까봐 말도 조심하고... 그 희열! 전엔 상상도 못한 경험이었어!"라는 대사가 이어진다.
이 작품을 보면 이제 노년층의 남녀관계가 정신적인 것에 국한될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
모두 칠순이 넘은 원로 작가와 연출이 만들어낸 작품이니 노년에 있을 수 있는 '불륜'이나 남편들에 대한 비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재분의 경우 일찍 상처한 후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김한식에 대한 연민과 시나 음악을 매개로 한 낭만적인 사랑이 그려져 있다. 혜숙이 죽은 남편에게 내린 '유죄 선고'는 실제 그런 마음이라기 보다는 자신을 두고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넋두리 같이 들리기도 한다. 옥란은 결국 투병 중에도 아내에게만 자신의 몸을 만지게 하는 남편에 대한 지극정성의 보살핌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여성연극의 메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산울림소극장에 딱 어울리는 연극이다.

만든 사람들은 ▲작 윤대성 ▲연출 임영웅 ▲무대 박동우 ▲조명 김종호 ▲음악 한 철.
출연진은 손봉숙(재분 역)ㆍ이현순(혜숙 역)ㆍ지자혜(재분 역)ㆍ윤여성(김한식 역)ㆍ박윤석(콘도 종업원 역).



*산울림 극장을 처음으로 갔다.
관객들은 아줌마들이 대부분이었다.
연극을 보니 아줌마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라는 이유로 그들은 많은 것들을 내려 놓고 살아가야 했지만 마음은 소녀였다는 것이다.
딸이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머니가 되고 그것이 다시 되풀이 되니 말이다.